경북 칠곡에서 87세에 한글을 깨쳐 시를 쓰고 영화에 출연하며 '최고령 칠곡할매시인'으로 불렸던 박금분 할머니가 향년 94세로 생을 마감했다.
7일 칠곡군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곱게 영면에 들어 전날(6일) 발인식이 엄수됐다.
박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시절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이후 2015년이 돼서야 경북 칠곡군이 운영하는 약목면 복성리 배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알렉상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통째로 외우거나, 집안을 한글 공부한 종이로 가득 덮을 만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성리 배움학교에서 반장을 맡아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함께 공부하는 할머니들에게 회식을 베푸는 등 '친절한 할머니'로 불리기도 했다.
2015년에는 칠곡군이 성인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시 98편을 묶어 발행한 시집 '시가 뭐고(뭐냐)'를 통해 죽음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 '가는 꿈' 시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달했다.
2019년에는 김재환 감독의 영화 '칠곡 가시나들'에 출연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표현해내기도 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장례식장을 찾아 박금분 할머니 시를 '가는 꿈'을 인용해 "어머님께서는 편안하고 곱게 소천하셨기를 바란다"며 유족들에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편 칠곡군은 2008년부터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성인 문해교육을 통해 3권의 시집과 칠곡할매글꼴을 제작해온 바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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